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1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5% 안팎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2% 오른 배럴당 90.22달러에,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4.6% 오른 94.65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7월 하순 이후 약 5주 만에 최고치다.

발단은 호르무즈 해협의 피격 사건

이번 급등의 시작점은 8월 31일 늦은 밤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이다. 해상 보안업체 마리스크스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던 초대형 유조선 2척이 수분 간격으로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발사체에 피격됐다. 피격된 선박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운송하던 ‘시드르’호와 세네갈의 ‘프로스퍼리티’호였는데, 이 중 프로스퍼리티호는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이 운항하던 선박이었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남 일이 아닌 사건이었다.

미국의 재공습, 이란의 보복 예고로 확전 우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정오 이란 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IRGC가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을 공격하려 하고 역내 미군 병력을 공격하려 한 데 따른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이란 IRGC는 이를 절박함의 발로라 규정하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고, 실제로 앞서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선 바 있어 확전 가능성에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 급등, 물가·금리로 전이될 조짐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가 뉴스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파급 경로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송비와 제조원가를 거쳐 상품·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 실제로 미·이란 충돌이 격화된 이후 미국과 유럽의 국채금리가 동반 상승했고, 금융시장은 9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65%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 장기간 머물 경우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영향은 항공료부터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이미 체감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9월 1일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전 구간에서 인상돼, 대한항공은 편도 기준 최대 35만4000원, 아시아나항공은 최대 29만100원까지 오른다. 반면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는 유가 상승 수혜 기대감에 장 초반 8%대 급등하는 등, 업종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기자의 시각: ‘중동 리스크’는 이제 상수로 봐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이게 일회성 충돌이 아니라 이미 몇 차례 반복된 패턴이라는 것이다. 공습과 보복이 며칠 간격으로 반복되고 있고, 그때마다 유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동성이 한국처럼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의 물가·금리·항공료에 곧바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중동 정세를 매번 예측하려 하기보다, 유가가 오를 때 어떤 국내 업종(정유·항공·해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패턴 자체를 기록해두는 게 더 실용적인 대응이다. 확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변동성 자체는 당분간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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