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내 증시는 올여름 들어 가장 극적인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2.58% 급락하며 6613선에서 출발했고, 오전 한때 낙폭을 3.55%까지 키우며 6547.76까지 밀렸다. 하지만 오후 들어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반등을 주도하면서 지수는 결국 전 거래일 대비 0.46% 오른 6820.0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저점 대비로는 무려 4.16%포인트를 회복한 셈이다. 코스닥은 이와 대조적으로 장중 805선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음에도 결국 0.49% 하락한 834.29로 마감해,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급락의 발단은 태평양 건너에서 왔다

이번 급락의 진원지는 지난주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나온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이었다. 매파적으로 해석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뛰었고, 이는 곧바로 반도체를 비롯한 성장주 전반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번졌다. 국내 증시 역시 개장 초반부터 이 여파에 그대로 노출됐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 기관, 외국인이 모두 순매도에 나섰고,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장초반 맹매도’가 낙폭을 키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전을 만든 것은 결국 반도체였다

시장의 시선이 쏠린 지점은 오후 들어 나타난 급격한 반등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저가 매수세를 흡수하며 방향을 바꿨고,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의 ‘역발상 매수’가 가세하면서 지수는 하락분을 대부분 되돌렸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1.22%), 화학(+1.09%), 제조(+0.77%)는 상승 마감한 반면, 건설(-3.85%), 기계장비(-3.56%), 금속(-3.39%) 등은 여전히 큰 폭으로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지수는 회복했지만 업종 전반이 고르게 오른 게 아니라, 반도체 대형주 소수 종목이 지수를 떠받친 ‘착시에 가까운 반등’이었다는 뜻이다.

환율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63% 내린 1370원대로 마감했다. 통상 증시 급락일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환율이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은 오히려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급락을 구조적 위기가 아니라 일시적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자의 시각: 지수보다 ‘누가 버텼는지’를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장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코스피가 결국 플러스로 마감했다는 숫자 하나에 안도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 만에 4%포인트 넘게 출렁였다는 건 그만큼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약하다는 뜻이고, 이번 반등을 이끈 주체가 시장 전체가 아니라 반도체 대형주 두 종목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닌 만큼, 이런 ‘전약후강’ 패턴이 반복될 경우 오히려 변동성 자체가 새로운 리스크로 자리잡을 수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수의 최종 마감가보다, 오늘처럼 급락한 날 어떤 업종·종목이 먼저 반등했는지를 기록해두는 습관이 다음 조정장에서 훨씬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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